상간녀가 내 딸의 담임이었다
상담일지 · 5화
학부모 상담 날, 딸의 담임 책상 위에서 남편의 흔적을 발견했다. 아이의 학교까지 들어온 배신을 엄마는 소문이 아니라 통화 기록, 선물 영수증, 상담 녹음으로 정리한다.
# 1화. 담임 선생님
딸의 담임은 내 남편의 이름을 너무 자연스럽게 불렀다.
"도윤 씨께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학부모 상담실에 들어선 지 3분 만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다 말고 담임의 얼굴을 봤다. 이름표에는 한유라라고 적혀 있었다. 스물아홉쯤 되어 보이는 여자. 얇은 분홍색 블라우스, 차분하게 묶은 머리, 너무 정확하게 다듬은 미소.
내 딸 민서의 담임.
그리고 내 남편을 도윤 씨라고 부르는 사람.
"아버님이라고 하신 게 아니라요?"
내가 묻자 한유라는 잠깐 눈을 깜박였다.
"아, 네. 아버님이요. 제가 편하게 말했네요."
그녀는 웃었다. 사소한 실수처럼.
책상 위에는 민서의 생활기록 상담지가 놓여 있었다. 아이의 교우 관계, 수업 태도, 급식 습관. 그 옆에는 분홍색 텀블러가 있었다.
지난달 카드 명세서에서 본 것과 같은 브랜드였다.
도윤은 그날 회사 후배 선물이라고 했다. 감사 인사를 해야 해서 샀다고. 나는 믿지는 않았지만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습관은 결혼생활을 오래 버티게 해 주는 대신, 사람을 천천히 지치게 했다.
한유라가 상담지를 넘겼다.
"민서는 요즘 조금 예민해 보여요."
"어떤 부분이요?"
"엄마 이야기를 많이 해요. 집에서 부모님이 자주 다투시는지."
나는 손끝에 힘을 줬다.
"민서가 그런 말을 했나요?"
"직접적으로는 아니고요. 아이들은 분위기를 읽잖아요."
그녀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이상하게 선을 넘고 있었다. 교사로서의 걱정보다, 내 집 안을 들여다본 사람의 확신이 묻어 있었다.
나는 책상 위 텀블러를 바라봤다.
"선생님."
"네, 어머님."
"제 남편을 언제부터 아셨어요?"
한유라는 상담지를 덮었다.
"민서 입학하고 나서죠. 학부모님이시니까요."
"민서 입학식에는 남편이 안 갔는데요."
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주 짧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나는 가방 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녹음 버튼은 상담실에 들어오기 전 이미 켜 둔 상태였다. 요즘 나는 이상하게 대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유라는 미소를 다시 붙였다.
"어머님이 오해하실 만한 부분은 없어요. 저는 민서 담임으로서 아이를 걱정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상담지를 천천히 읽었다.
민서는 밝고 섬세하나 최근 집중력이 떨어짐.
가정 내 정서적 안정 필요.
상담 권유.
가정 내 정서적 안정. 그 문장을 그녀가 썼다고 생각하니 피가 식었다. 내 아이의 기록에, 내 결혼을 흔든 사람이 문장을 남기고 있었다.
상담이 끝나고 일어나려는데 한유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머님,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제가 도윤 씨, 아니 아버님께도 말씀드릴게요."
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 돌아봤다.
"제 아이 일은 저한테 말씀하세요."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선생님."
나는 그녀의 텀블러를 한 번 더 봤다.
"아이 교실에는 어른들 사생활 들고 들어오지 마세요."
상담실 문을 닫고 나왔을 때, 복도 끝에 도윤이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한유라가 상담 시간에 남편을 부른 것이다.
나는 그때 알았다.
이건 바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딸의 교실까지 들어온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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