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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장례식 날, 시댁은 내 조의금을 가져갔다

흰봉투 · 5화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시댁은 조의금함을 먼저 챙겼다. 슬픔도 정산하려는 사람들 앞에서, 딸은 조의금 장부와 계좌 이체 내역으로 가장 조용한 고소장을 준비한다.

# 1화. 검은 봉투 엄마의 영정 앞에서 시어머니는 조의금 봉투를 세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장례식장 공기는 너무 건조했고, 밤새 울어서 눈앞이 자주 흐려졌다. 상복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보았다. 시어머니 손에는 친정 쪽 조문객 이름이 적힌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 옆에서 남편 준혁은 장부를 넘기고 있었다. "이모 쪽은 30. 외삼촌 쪽은 50. 회사 사람들은 따로 적어." 그 말이 이상하게 멀리서 들렸다. 엄마는 영정 속에서 웃고 있었다. 봄에 찍은 사진이었다. 항암 치료 들어가기 전, 얼굴이 아직 덜 야위었을 때. 나는 그 사진을 고르면서 몇 번이나 울었다. 그런데 그 앞에서, 그들은 돈을 세고 있었다. "어머니." 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응? 수현아, 너 좀 쉬어. 정신없을 텐데 이런 건 어른들이 정리해야지." 어른들. 나는 그 단어가 이렇게 뻔뻔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봉투 제 친정 쪽이에요." 그제야 시어머니가 나를 봤다. "그러니까 더 정리해 주는 거지. 너 지금 제정신 아니잖니." 준혁이 낮게 말했다. "수현아, 엄마가 도와주시는 거야." "엄마?" 나는 그를 보았다. "지금 여기서 엄마는 저 사진 속 사람이야." 준혁의 얼굴이 굳었다. 시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장례 치르면 돈 들어갈 데가 얼마나 많은데. 네가 이런 거 계산할 정신 있니? 우리가 알아서 장례비 먼저 빼고." "장례비는 제가 냈어요." "나중에 정산해야지." "누구랑요?" 시어머니의 손이 멈췄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장부를 봤다. 이름 옆에 금액이 적혀 있었다. 엄마 친구들, 외가 친척들, 내 회사 동료들. 엄마를 위해 온 사람들의 마음이 숫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숫자를 세는 손은, 엄마를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는 사람이었다. "장부 주세요." 시어머니가 봉투를 품 쪽으로 당겼다. "수현아." 준혁이 내 팔을 잡았다. "지금 손님들 다 있는데 왜 그래." "손님들 있는 데서 봉투 세는 건 괜찮고?"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손끝이 떨렸지만 카메라는 정확히 켜졌다. 찰칵. 장부 첫 장. 찰칵. 테이블 위 봉투 더미. 찰칵. 시어머니 손에 들린 친정 쪽 봉투. "뭐 하는 거야?" 시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기록이요." "장례식장에서 사진을 찍어?" "장례식장에서 조의금 빼돌리는 것보다는 덜 부끄러워요." 정적이 내려앉았다. 엄마의 친구 한 분이 입구에서 멈춰 섰다. 흰 국화를 든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더 말 안 할게요." 나는 엄마의 영정 앞에 섰다. "하지만 이 돈, 제가 끝까지 확인할 겁니다." 준혁이 작게 말했다. "너 진짜 왜 이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슬픔까지 빼앗기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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