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내 명의 아파트에 세입자로 들어왔다
등기부등본 · 5화
혼전부터 갚아온 내 명의 아파트에 시어머니가 여행 가방을 끌고 들어왔다. 가족이라는 말로 무단 점유를 시작한 순간, 며느리는 집주인의 이름으로 계약서와 명도 절차를 꺼낸다.
# 1화. 내 집의 세입자
시어머니는 내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현관 앞에는 검은 여행 가방 두 개가 세워져 있었다. 하나는 현관문에 기대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복도 벽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그 옆에는 익숙한 베이지색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구두를 봤다.
남편 도윤의 어머니, 장미숙 여사의 구두였다.
문 안쪽에서 냄비 뚜껑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내가 아직 카드 키를 찍지도 않았는데, 집 안에서는 이미 저녁 냄새가 나고 있었다. 멸치 육수 냄새, 된장 냄새, 그리고 내 집에서 난 적 없는 진한 향수 냄새.
도윤이 문을 열었다.
"왔어?"
그는 너무 태연했다. 마치 내가 늦게 온 사람이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원래 이 집의 주인인 것처럼.
"가방 뭐야?"
"아, 엄마가 한동안 우리랑 지내기로 했어."
"우리랑?"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작게 나왔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너무 터무니없어서였다.
도윤은 어깨를 으쓱했다.
"혼자 계시면 적적하잖아. 마침 우리 집 방도 하나 비고."
나는 거실 쪽을 보았다. 작은 방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내가 서재로 쓰던 방이었다. 책상 위에 올려 둔 노트북은 바닥에 내려와 있었고, 서류함은 벽 쪽으로 밀려 있었다. 그 자리에 시어머니의 화장품 파우치와 보약 상자가 놓여 있었다.
시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에서 나왔다.
"왔니? 밥은 했으니까 손 씻고 와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내 얼굴을 훑더니 웃었다.
"왜 그렇게 봐? 며느리 집이면 시어머니 집이지. 내가 남이니?"
나는 그 말에 처음으로 가방 손잡이를 봤다. 손잡이에는 이삿짐센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한동안이 아니라, 이사는 이미 끝난 뒤였다.
"누가 비밀번호 알려드렸어요?"
도윤이 대신 대답했다.
"내가. 가족인데 뭐 어때."
나는 그를 봤다.
이 집은 결혼 4년 전부터 내가 갚아 온 집이었다. 대출 명의도 내 이름, 등기부등본의 소유자도 내 이름, 관리비 자동이체 계좌도 내 이름이었다. 도윤은 결혼 후 몇 번 생활비를 보탠 적은 있어도, 이 집을 산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 집이라고 말했다.
나는 가방 옆에 서 있던 몸을 돌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옆 서랍 두 번째 칸. 거기에는 부동산 계약서 사본과 등기부등본, 대출 상환 내역을 모아 둔 파일이 있었다.
파일을 들고 나오자 시어머니가 눈썹을 찌푸렸다.
"뭘 또 그렇게 들고 나와?"
나는 현관 앞 작은 협탁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등기부등본이요."
도윤이 한숨을 쉬었다.
"서인아, 지금 엄마 앞에서 뭐 하는 거야."
"확인하는 거야."
나는 첫 장을 폈다. 소유자란에 내 이름 세 글자가 선명했다.
"이 집 주인이 누구인지."
시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 애들은 참 무섭다. 시어머니가 며칠 지내겠다는데 등기부까지 꺼내?"
"며칠이면 숙박이고, 한동안이면 거주고, 짐을 들여놓았으면 점유예요."
시어머니의 웃음이 멈췄다.
"말이 참."
"세입자로 들어오실 거면 계약서 쓰세요."
도윤이 내 팔을 잡았다.
"그만해. 엄마 혈압 올라."
나는 그의 손을 내려다봤다. 내 집 현관에서, 내 서류 위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이 중재자라고 믿는 얼굴이었다.
"비밀번호를 바꾼 사람부터 말해."
도윤의 손에 힘이 빠졌다.
"무슨 소리야?"
"지난주부터 앱 알림이 안 왔어. 도어록 관리자 계정이 바뀌었더라."
시어머니가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 순간 알았다. 이건 갑작스러운 방문이 아니었다. 계획된 입주였다.
주방에서는 된장찌개가 끓고 있었다. 내 냄비에, 내 가스레인지 위에서, 내 허락 없이.
나는 파일을 닫았다.
"오늘 밤 안에 나가세요."
시어머니의 얼굴이 굳었다.
"못 나가겠다면요?"
나는 현관문 옆의 가방을 똑바로 세웠다.
"그럼 내일부터 세입자로 대우해 드릴게요."
그 말의 뜻을 그들은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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